내가 체코에 오게 된 계기

2021년 여름 프라하 까를교의 모습(Samsung Galaxy S20)

동화 같은 나라 체코에 오게 된 계기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남편이며, 피아노곡 작곡가이자 마지막으로 평한 딸아빠이다. 현재 체코 프라하에 살면서 남들과 같이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사는 30대 후반 남자이다. 내가 체코에 이렇게 오래 살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어떤 과정으로 체코로 오게 되었는지를 이 공간에 한 번 나답게 남겨보고 싶다.

나는 취업이 늦은 편이었다. 29살에 취업을 했으니 다른 내 또래 남자들 보다는 2~3년은 늦은 것 같다. 뼈아픈 2년동안의 힘든 고시생활을 접고 29살에 어느 한 전자업체의 해외영업팀으로 입사를 하였다. 말이 해외영업이지 그냥 고객사에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이렇게 보내기를 약 4년. 직장 내에서 어떤 분이 나한테 슬로바키아에 있는 한국의 한 자동차 회사의 포지션을 소개시켜 주셨다. 때마침 다니고 있던 직장에 비전도 보이지 않고 업무도 나랑은 많이 맞지 않았던 차에 소개시켜 주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열심히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류는 무사 통과하고 서울 본사에서 면접을 보았다. 결과는 실패. 면접 후 1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는다. 그냥 나와 아내는 포기를 하고 있던 차에 자고 있는데 한 밤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지는 체코. 체코? 나는 분명 슬로바키아에 있는 자동차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체코에서 전화가 온다. 쌩깠다. 사기 전화일 거란 생각에 그냥 무시하고 잤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한테 카카오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내가 면접을 봤던 회사의 체코법인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슬로바키아 포지션에는 합격을 못했지만 내 이력서가 어찌저찌 같은 회사 체코법인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미 본사에서 면접을 봤기에 간단하게 연봉 정보만 받고 나는 그 자리에서 입사 확정을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몇 개 꼽으라면 이 때가 아닐까 싶다.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자동차 회사의 경력직 입사를 확정하고 전 직장에 멋지게 사표를 내고 약 1달 동안 마음껏 편하게 쉬었던 순간. 앞으로 갈 회사를 확정시켜 놓고 쉬는 것이 이렇게 꿀일 수가 없다. 그리고 근무지, 삶의 터전이 체코다. 예전부터 여행을 많이 다녀서 꼭 해외에서 근무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그 꿈도 이루어졌다. 마음도 너무 편하다. 그리고 그 당시 아내는 임신 중이어서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도 한 껏 부풀어 있었다. 체코로 이민을 위해 이런 저런 비자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것도 왜 이렇게 신이 나는지. 또 쉬는 동안 퇴직금이 통장에 딱 찍힌 걸 보니 기분은 왜 이리 좋은지. 이 때 정말 걱정 없이 쉬었던 것 같다. 이 때로 딱 하루만 돌아가 보고 싶다.

2015년 8월 여름, 이제는 배가 제법 부른 아내와 가족들을 뒤로 하고 체코 프라하로 가는 대한항공에 드디어 몸을 실었다. 드디어 꿈꾸던 프라하 땅을 밟는다. 앞으로 펼쳐질 평범한 체코생활 이야기를 차례대로 이곳에 적어보고자 한다. 그나저나 프라하는 언제 봐도 예쁘다. 그냥 도시의 존재 자체가 예쁘다.
내가 체코에 오게 된 계기 내가 체코에 오게 된 계기 Reviewed by Keunyoung Song on 6:41 AM Rating: 5

No comments: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