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ANT.PETROF 275 그랜드 피아노를 만져봤습니다.

페트로프 피아노의 플래그쉽 피아노인 ANT.PETROF 275를 쳐본 소감



많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그랜드 피아노 제조사를 꼽으라면 스타인웨이나 야마하를 꼽을 것입니다. 피아노에 대해 좀 더 아는 사람들은 오스트리아의 뵈젠도르퍼나 독일 벡스타인 피아노를 더 꼽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페트로프 피아노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있는 것 같으나 유럽 밖에서는 페트로프 라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제가 페트로프 피아노를 알게 된 계기는 바로 Moadartt사의 Pianoteq 때문입니다. Pianoteq 6 부터 새로운 모델링 피아노로 Petrof의 피아노가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신의 기술로 모델링한 피아노 가상악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 이후부터 페트로프 피아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래 영상은 제가 Pianoteq 제품 안에 있는 페트로프 피아노로 연주한 영상입니다. 물론 실제 페트로프 피아노와 완전히 비슷한 소리를 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뉘앙스 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Pianoteq 6 PETROF 275 소리를 한 번 들어볼까요? Ed Sheeran의 Shape of You를 연주했는데 소리가 제법 따뜻하죠?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피아노에 대한 소감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이 바로 따뜻하다 입니다. 비록 모델링이 된 디지털의 소리지만 따뜻한 톤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Pianoteq 7 ANT. PETROF MISTRAL의 소리를 한 번 들어볼까요? 소리가 좀 더 명료하고 밝죠? 실제 그랜드 피아노도 이런 톤을 가지고 있는지는 저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바디가 커진만큼 저음도 좀 더 풍부해 지고 고음의 해상력도 더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1920년도에 생산된 페트로프 그랜드 피아노의 소리를 한 번 들어볼까요? 정확한 모델명은 알 수 없고 대략 바디의 길이가 2미터가 안 되는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의 사이즈 입니다. 아무래도 전문 레코딩 장비로 녹음을 한 것이 아니다 보니 소리의 품질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드라이 하고 보정 안 된 날 것 그대로의 톤을 느낄 수가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페트로프 피아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느낌과 그리고 이 피아노들로 연주한 영상들을 소개해 봤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요? 저는 직장일로 체코 프라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페트로프 피아노는 체코산 피아노이니만큼 체코 여기저기서 자주 볼 수 있는 피아노 입니다. 어제 딸아이가 다니는 음악학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작은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딸아이의 바이올린 선생님이 저한테 딸아이가 연주할 때 피아노 반주를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하였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체코의 음악학원은 정기적으로(약 분기마다 1번) 아이들이 학원에서 배웠던 곡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특별하게 꽃다발 까지 주고 받으면서 하는 연주회는 아니고, 그냥 배운 것을 부모님과 친구 앞에서 보여주는 시간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아이들이 무대 경험을 어릴 때부터 가질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배운지 1~2년 밖에 안 된 아이들이라 엄청 서툴죠. 실수도 많고. 하지만 이 때부터 긴장감을 이겨내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 정말 아이들한테는 큰 경험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꼭 시나 도 단위의 콩쿠르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학원 자체적으로 부모님들을 초청해 가볍게 연주회를 해보는 것도 저는 굉장히 좋다고 봅니다.

딸아이 연주의 반주를 위해 딸아이의 음악학원으로 갔습니다. 메인 무대에 오르니 제가 정말 만져보고 싶던 페트로프 사의 ANT.PETROF 275 피아노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리허설도 없이 바로 딸아이 순서가 되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저는 피아노 의자 높이를 조정하고, 딸 아이는 선생님 지시에 따라 바이올린을 튜닝을 하였습니다. 이 피아노의 터치에 대한 감이 없었던 저는 일단 mp의 세기로 인트로를 연주하였습니다. 이 피아노에 대한 첫인상 몇 가지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건반의 터치가 정말 가벼웠습니다. 저는 프라하 올드타운 내에 있는 피아노 연습실을 하나 빌려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 피아노에 대해 자세한 글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해당 포스트 바로가기)
거기에 생산된지 100년이 넘은 PETROF 그랜드 피아노가 있습니다. 연습실에서 사용하는 피아노라 조율이 조금 빡빡하게 되어 있어서 웬만한 힘으로는 연주가 조금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피아노의 터치감을 마음에 담아두고 ANT.PETROF 275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확연하게 가벼운 건반 무게에 처음에 조금 당황을 했습니다. 분명 같은 세기로 눌렀는데 반응하는 볼륨이 엄청나게 컸습니다. 심지어 큰 무대가 아니라 피아노 리드도 닫아 놓은 상태였는데도 말이죠. 딸아이 바이올린 발표회인데 제 피아노 소리가 더 커서 되겠어요? 그래서 얼른 손가락 끝에 집중되어 있던 힘들을 팔 전체로 분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톤 전체가 엄청나게 밝았습니다. 심지어 리드까지 닫혀 있는 상태였는데도 맑고 청량한 소리가 시원하게 뻗어져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콘서트용 그랜드 피아노이다 보니 높은 볼륨은 말한 것도 없고 소리 자체가 시원시원 합니다. ff로도 한 번 연주를 해보고 싶었지만 분명히 아내가 니 공연하러 갔냐고 나중에 뭐라 할거기 때문에 꾹 참고 곡 내내 mp로 연주를 하였습니다. mp의 세기에서도 명료함과 큰 볼륨감이 충분히 나와줘서 연주하는 동안 제 양쪽 귀가 정말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스테인 페달을 밟고 땔 때 발생하는 기분좋은 노이즈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댐퍼 노이즈입니다. 댐퍼가 현에서 떨어질 때 멀리서 듣는 파도 소리 같은 찰싹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게 바디를 몇 바퀴 돌면서 찬찬히 피아노 주변으로 흩어지는데 그 소리가 어쩜 그리 좋은지요. 그리고 페달 자체를 밟았다가 땔 때 나는 쿵 쿵 거리는 소리인 페달 노이즈가 있습니다. 특히 그곳의 스테이지는 안쪽이 텅 피어있는 나무로 되어 있는 스테이지라 이 페달 노이즈가 더 잘 들렸습니다. 확실히 조금만 아이들이 연주할 때는 잘 안들리던 소리인데 저같이 다 큰 70키로 짜리 성인 남자그 그 위에서 힘있게 페달을 밟고 때니 확실히 귀에 더 잘 들어오더군요. 자로 잰듯한 깔끔한 피아노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런 페달과 관련된 노이즈들을 많이 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이러한 노이즈들이 정말 좋습니다. 저는 앨범 작업을 할 때는 이러한 노이즈들을 충분히 활용해서 녹음을 하는 편입니다. 

진짜 ANT.PETROF 275 피아노를 연주했던 영상은 없으나 그래도 그 느낌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싶어서 이 포스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댓글을 통해 더 많은 대화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D

-피아니스트 송근영의 영상 보기(Keunyoung Song’s videos)

-피아니스트 송근영의 악보 구입(Keunyoung Song’s Sheet Music)

-피아니스트 송근영의 음원 듣기(Keunyoung Song’s piano album)
*그 외 엠넷, 벅스, 지니, 소리바다 등 국내 전 음원사이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실제 ANT.PETROF 275 그랜드 피아노를 만져봤습니다. 실제 ANT.PETROF 275 그랜드 피아노를 만져봤습니다. Reviewed by Keunyoung Song on 8:28 AM Rating: 5

1 comment:

  1. I wanted to express my gratitude for your well-researched and eloquent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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